H2 - 야구 만화를 빙자한 청춘 순정 만화

오랜만에 만화방에 들러 H2를 다시 봤다. 

좋은 책이나 영화는 처음 볼 때와 두번째, 세 번째 볼 때가 다르다고 하는 것처럼

족히 4번은 본 것 같은데 늘 감회가 새롭다. 

 

예전엔 히로가 팀을 결성해서 전력을 강화해 나가고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는 승패에 초점을 맞췄는데 

나이를 점점 더 먹을수록 야구보다는 네 주인공 간에 미묘한 심리적 긴장감에 초점이 맞춰진다. 

 

 

히로-히데오

어릴적부터 친구이자 전 동료/현 라이벌

히카리를 두고 서로 미묘한 경쟁을 펼치지만 상대가 가장 친한 친구기에 적극적인 어필도 할 수 없는... 

 

 

히로-히카리

히데오와 마찬가지로 히로와 히카리는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지만

사춘기가 늦어 성장이 늦었던 히로는 히카리에겐 남자라기 보단 동생 같은 친구였고, 

그래서 결국 그녀의 선택은 히데오...

하지만 히카리의 키를 훌쩍 넘어 남자가 된 히로에게 뭔가 미묘한 끌림을 느끼는 히카리는 예전과 다른 감정을 느끼고...

 

 

히로-하루카

짝사랑이 가슴아픈 건 상대가 나를 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웃어줘야 한다는 것

히카리에게 마음이 끌리는 히로를 옆에서 지켜보는 하루카에 점점 감정이입이 되는 건, 

위 세명에 비해 조금은 중심에서 벗어나 있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가사

중2 때까진 늘 첫째 줄에
겨우 160이 됐을 무렵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야
물론 2년 전 일이지만
기뻐야 하는 게 당연한데
내 기분은 그게 아냐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널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상처 입은 날들이 더 많아
모두가 즐거운 한때에도
나는 늘 그곳에 없어

정말 미안한 일을 한 걸까
나쁘진 않았었지만
친구인 채였다면 오히려
즐거웠을 것만 같아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랐었어 그 사람이

간주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야
물론 2년 전 일이지만
기뻐야 하는 게 당연한데
내 기분은 그게 아냐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간주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랐었어 그 사람이

한국 한정 H2하면 생각나는 바로 그 노래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가사 하나하나가 위 네 명의 심리를 너무도 절묘하게 묘사해놨다. 

노래 한곡으로 H2 전편을 다 본 느낌

특히나 하루카의 마음을 담았다는 2절 가사가 가장 와닿는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보다보면 일본의 여름 풍경에 빠져들게 된다. 

특유의 고요하지만 청량한 느낌

이게 어린 네 남녀의 풋풋하지만 상큼한, 때로는 가슴 아픈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다 보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서른 중반 나이에 첫사랑의 설렘을 다시금 떠올렸다.

잘 지내니...? 이제 애엄마겠구나

 

다들 너무 덥다고 집에서 에어컨만 쐬지 말고 

가까운 만화방에서 좋아하는 만화책 하나 보는건 어떨지...